박지은

2019558014

동물원

일정한 시설을 갖추어 각지의 동물을 관람시키는 곳. 동물의 보호와 번식, 연구를 꾀하고 일반인에게는 관람을 통하여 동물에 대한 지식을 넓히고 동물에 대한 애호 정신을 기르면서 오락 및 휴식을 제공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동물을 모아 기르는 곳이다. 텍스트로만 본다면 아무런 문제없는, 오히려 인간과 여러 동물들의 교류가 이어지는 공간이 될 수 있는 이 곳에 대해 내가 의문을 품게 된 계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어느 날 방문한 동물원의 원숭이는 미친 듯이 뛰어다니며 쾅쾅댔다. 기뻐서 흥분한 게 아닌, 언뜻 보면 자해 같기도 한 그 행동이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원하지 않는 곳에 존재한다는 것은 인간에게도 힘이 들 수밖에 없는 사실이지만 말 못하는 짐승들이 어떻게 표현하랴. 이후로 발길을 끊었던 동물원에 다시 방문했을 때에는 그동안 동물원에 대해 품어왔던, 오해이길 바랐던 지난 생각들이 점차 확신으로 바뀌어 갔다. 철장에 매달려 밖을 내다보며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하염없이 관찰하는 원숭이, 같은 자리만 빙글빙글 돌아다니는 코끼리, 초점없는 눈으로 사람들을 마주하던 하이에나, 구석진 곳에 모로 앉아 아무런 요동없이 자리하던 침팬지. 좁은 공간에 갇힌 동물들은 마치 죄를 짓고 갇혀버린 죄수를 연상케 한다. 동물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알지 못하는 부분이 필연히 존재할 테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인간들에 비해 인간처럼 즐거워 보이는 동물들을 찾기란 어려웠다. 인간의 일방적인 관람만이 주가 된 이 곳이 제 목적을 다하지 못함을 비추었을 때 그때도 과연 필요로 하는 장소라고 여길 수 있을까. 보호를 목적으로 가두는 이곳에서 우리는, 과연 그들을 보호하고 있는 것일까? 어디까지나 인간의 오인이 아니었을까. 이 곳이 마냥 웃음만이 가득한 즐거운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누군가는 알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