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영

2019858020

21

나는 감정표현에 서툰 사람이었다. 지금도 감정표현에 솔직하고 당당하지는 않지만, 옛날의 나는 자기표현이나 감정표현에 있어 아주 서툴고 그것을 표출해내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감정 대리인’을 찾게 되며 감정을 간접 경험하곤 했다. 디지털 시대에 살아가는 만큼 ‘감정 대리인’의 경험은 나뿐만 아니라 누구나 있을 거다. 갈수록 삭막해져 가는 사회 분위기 속 환경에 의해 감정이 점점 잠재되어 빛바래진다. 빛바래진 감정들 속에는 가짜 감정도 있다.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남에게 수용되는 긍정적인 이미지의 감정에 억눌려 부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감정을 숨기며 살아간다. 감정 자체는 옳은 것도 그른 것도 아닌데, 많은 사람이 감정에 판단의 잣대를 들이대곤 한다. 진짜 감정을 가짜 감정으로 덮어 버리는 것이 가면을 쓰고 연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감정의 무게는 사람마다 다 다르지만 서두를 필요 없다. 더는 가짜 감정에 진짜 감정을 가두지 않는 것부터 서서히 감정을 표출하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잠재돼 있던 빛바래진 감정들이 하나둘씩 날아갈 것이다.